마당에 심어둔 상추가 한낮의 뙤약볕 아래 축 늘어져 있는 걸 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무리 물을 흠뻑 줘도 오후 두 시의 태양 앞에서는 잎이 고개를 숙입니다. 그러다 해가 기울고 그늘이 드리우면, 신기하게도 그 잎은 다시 꼿꼿이 섭니다. 식물도 알고 있는 겁니다. 버텨야 할 때와, 쉬어야 할 때가 다르다는 것을요.
올여름은 유난히 뜨겁습니다. 기상청이 십수 년 만에 새로운 폭염 경보 체계를 만들었을 정도로, 우리 몸이 겪는 더위는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뉴스에서는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이들이 작년보다 훨씬 늘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런 때일수록, 내 몸이라는 텃밭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뜨거움 앞에서 몸이 보내는 신호
젊을 때는 더위쯤이야 이 악물고 버티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몸은 갈증도, 어지러움도 늦게 알려줍니다. 스스로는 괜찮다고 느끼는데 정작 몸은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른일수록 "느껴질 때"가 아니라 "시간이 되면" 미리 챙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물 한 잔을, 갈증이 나기 전에 마시는 것처럼요.
성경에도 뜨거운 광야를 지나던 이들의 이야기가 여러 번 등장합니다. 엘리야는 로뎀나무 아래서 지쳐 쓰러졌을 때, 하나님은 그에게 먼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시고 그다음에 말씀하셨습니다(왕상 19장). 영혼을 돌보는 일보다 몸을 돌보는 일이 먼저였던 셈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친 몸을 다독이는 일이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닙니다.
텃밭을 돌보듯, 하루를 돌보듯
텃밭을 가꾸는 사람은 압니다. 한낮에 물을 주면 오히려 뿌리가 상한다는 것을요. 물은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 주어야 식물이 온전히 흡수합니다. 우리 몸도 다르지 않습니다. 낮 열두 시부터 오후 다섯 시 사이는 텃밭도, 사람도 쉬어야 할 시간입니다. 밭일이든 산책이든, 이 시간만큼은 그늘 아래서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물을 마실 때도 그냥 물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땀으로 빠져나간 염분도 함께 채워주어야 몸의 균형이 돌아옵니다. 오이냉국 한 그릇, 이온음료 한 잔이 별것 아닌 듯해도 이 계절엔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만약 어지럽거나 두통이 심하거나 근육에 쥐가 나는 느낌이 든다면, 참지 말고 즉시 도움을 청하시기 바랍니다. 망설이는 그 몇 분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집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오전 서늘할 때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해가 뜨거워지면 커튼을 치고 창을 닫아 열기를 막는 것. 냉방과 자연 바람을 적절히 오가며 몸이 실내외 온도차에 놀라지 않도록 하는 것. 작은 습관들이 모여 이 여름을 무사히 건너게 해줍니다.
함께 살피는 마음
텃밭은 혼자 가꾸는 것 같아도, 사실은 이웃과 함께 가꾸는 것이기도 합니다. 옆집 어르신이 요즘 잘 지내시는지, 홀로 사시는 분이 에어컨은 켜고 계신지, 안부를 묻는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줄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텃밭을 살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의 실천 아니겠습니까.
기후는 우리 힘으로 당장 바꿀 수 없지만, 내 몸이라는 작은 텃밭과 내 곁의 이웃이라는 텃밭은 오늘도 내가 돌볼 수 있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
- 요즘 나의 몸은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나요? 그 신호를 그동안 얼마나 잘 알아차리고 있었나요?
- 엘리야처럼, 지친 나를 먼저 먹이고 쉬게 하는 일을 스스로에게 얼마나 허락하고 있나요?
- 이 여름, 내가 안부를 물어야 할 이웃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