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든 자들

새벽이었다. 성전 뜰에는 아직 밤의 서늘함이 가시지 않았고, 예수는 땅에 무언가를 쓰고 계셨다. 그때 한 무리가 여인을 끌고 왔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로, 사람들의 시선 한가운데 세워진 여인. 그리고 그 손에는 이미 돌이 쥐어져 있었다. 율법을 아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돌은 정당했다. 규정에 맞았고, 절차에 어긋남이 없었다. 문제는 돌이 아니라, 그 돌을 들게 만든 마음이었다. 예수는 몸을 굽혀 땅에 무언가를 쓰셨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말씀하셨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그 한마디에, 가장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씩 돌을 내려놓고 자리를 떴다. 늙은 자부터였다는 점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살아온 날이 길수록, 자기 안의 돌 던질 수 없는 이유를 더 많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돌을 든 손은 언제나 정당해 보인다 사람들이 여인을 끌고 왔을 때, 그들은 스스로 옳다고 믿었다. 법을 어긴 자를 벌하는 것이니 정의로운 일이라 여겼을 것이다. 판단하는 마음의 무서운 점이 여기에 있다. 그것은 좀처럼 "내가 지금 잘못하고 있다"는 자각 없이 움직인다. 오히려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데리고 온다. 50대, 60대가 되면 살아온 세월만큼 판단할 거리도 늘어난다. 자식의 결혼, 며느리의 살림 방식, 이웃의 선택, 옛 친구의 인생행로, 심지어 같은 교회 안의 누군가까지. 우리는 겪어본 일이 많아졌다는 이유로, 남의 삶을 더 쉽게 재단하게 된다. 손에 돌을 쥔 줄도 모른 채로. 땅에 쓰신 것 성경은 예수께서 땅에 무엇을 쓰셨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학자들은 여러 추측을 내놓지만, 어쩌면 그 침묵 자체가 의미일지 모른다. 예수는 곧바로 판단하지 않으셨다. 서두르지 않으셨고, 침묵 속에서 시간을 두셨다. 판단이란 대개 빠르다. 누군가의 사정을 다 듣기도 전에, 우리 마음은 이미 결론을 내려버린다. "그럴 줄 알았다", "저럴 만하니 저렇게 됐지." 이런 말들은 순식간에 튀어나온다. 반면 예수의 몸짓은 느렸다. 몸을 굽히고, 쓰고, 다시 일어나기까지의 그 시간이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여백일지 모른다. 판단 대신 침묵을, 결론 대신 여백을 두는 연습. 가장 먼저 떠난 사람은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었다 "늙은 자로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자리를 떴다는 구절을 다시 읽는다. 왜 나이 많은 사람이 먼저였을까. 아마 그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오며 저지른 실수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부끄러움들을, 용서받았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나이가 든다는 것이 반드시 관대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 살아온 사람일수록 자기 기준이 견고해지고, 그 기준으로 남을 재는 습관이 몸에 밸 수 있다. 그러나 이 본문 속 노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자기 삶을 돌아볼 줄 알았고, 그 돌아봄이 손에 쥔 돌을 내려놓게 했다. 우리에게도 그런 정직한 돌아봄이 필요하다. 자식을, 이웃을, 옛 배우자를, 혹은 나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누군가를 판단하려는 순간, 잠시 멈추어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 "나는 정말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가." 정죄 없는 자유 여인에게 남은 것은 처벌이 아니라 말씀이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이 말씀은 죄를 눈감아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죄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오직 은혜만이 새 출발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할 때, 그 판단은 대개 그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방어적으로 만들거나, 관계를 끊어버리게 만들 뿐이다. 반면 판단을 내려놓고 곁에 서주는 것, 그것이 때로는 그 사람이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기도 한다. 가족 안에서, 오래된 친구 관계 안에서 이 원리는 특히 중요하다. 자식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판단의 말 대신 곁에 있어주는 침묵이 더 오래가는 사랑일 수 있다. 생각해볼 질문 요즘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돌은 무엇인가요. 누구를, 어떤 이유로 판단하고 있나요.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더 견고해진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판단 대신 침묵과 여백을 두었을 때, 관계가 달라진 경험이 있나요. 돌을 내려놓는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그 빈손이야말로 누군가를 붙잡아 줄 수 있는 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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